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호주 워홀기 1 (나쁜놈한테 빠져버림)

by 핑금 2023. 12. 3.

https://youtu.be/86wypSCXK9M?feature=shared



오늘부터 그냥 일기장으로 전락한 내 블로그를 진짜 대충 쓰기로 마음 먹었다.
호주에 온지도 어언 1년이 넘어 버렸다. 어쩌다보니 두번째 직장에서 너무 오래 일해버렸고, 현재 남자친구?를 만나게 됐다.
이 친구를 만난 게 운명인지 악연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났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겨야지 뭘.
이 친구는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고 여자를 많이 좋아하는 타입이라 내 이상형과는 정반대라도 할 수 있는데, 자꾸 연락하고 도와주고 대시하니까 홀딱 넘어가 버렸다. 세컨을 딸 수 있는 지역이라 숙소에 사는 내게 만날 사람이라곤 이 직장에 다니는 사람밖에 없다. 가끔 시티에 가긴 하지만 차가 없어서 자주 다니지 못했다.
웃긴 건 정말 구렁이 담 넘듯이 오묘한 사이가 되었는데 넘어갈 때만 해도 내 선택으로 넘어가는 것이고 다시 넘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. 나에게 필요한 걸 걘 가지고 있고 같이 대화하면 즐겁고 같이 있으면 좋으니 적당히 이 마음을 즐기고 다시 헤어나오면 될거라고 자만했다. 적당히 득만 취하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. 이 친구는 결국 사람간의 관계를 득과 실로만 보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.

사귀자는 말은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애정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나를 여자친구라고 부르고 난 네 남자친구니까 이거 저거 알아야해 라고 말하곤 했다. 그래서 나는 얘와 진짜 연애를 하고 싶은가 하면 잘 모르겠다. 하고 싶겠지 얘가 진지한 마음으로 임한다면야, 하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있자고 다짐하는 웃긴 상황이다.
처음엔 얠 많이 좋아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 많이 좋아하게 돼버려서 조금이라도 내가 걜 더 좋아한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마다 슬퍼지는 상황이 왔다. 나는 얘가 나한테 소홀할때 더 얠 원하고 결핍을 느끼는 것 같다. 그래서 얠 진짜 좋아하는 건지 이상한 결핍에 빠져든 건지 잘 생각해봐야 겠다.

얘 때문에 얘 생각하느라 내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낭비 되고 있다는 사실이 제일 짜증나는 부분이다.
날 제대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인정하고 받아 들이면 또 애정표현도 잘하고 귀엽게 굴다가 내가 더 다가가면 쏙 사라진다. 정말 귀신같은 놈.

이런 사람 말고 파도처럼 물밀듯이 내게 사랑을 주는 사람, 그래서 내가 그 사랑을 의심하거나 확인할 일이 없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됐으면 좋겠다. 나는 이미 그런 사랑을 줄 준비가 돠어 있으니까.